영화·드라마 촬영지 여행기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의 촬영지를 찾아가, 실제 풍경과 비교하고 촬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더하면 흥미로워요
오늘은 영화, 드라마 촬영지를 중심으로한 여행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속 그곳, 현실이 되다 –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멍하니 서 있던 해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걷던 골목길, 두 사람의 운명이 처음 엇갈리던 그 장면의 배경. 화면 속 풍경은 현실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곤 하지만, 직접 그 장소를 찾으면 전혀 다른 감동이 밀려옵니다.
<도깨비> – 강릉 주문진 방파제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도깨비>의 대표 촬영지, 강릉 주문진 방파제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성지 순례’ 코스입니다. 공유와 김고은이 처음 만난 바로 그 장소죠. 회색 콘크리트 방파제 위에 빨간 우산을 들고 선 여주인공, 그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도깨비. 그 장면은 단순한 첫 만남 이상의 상징성을 담고 있었기에, 팬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직접 그 자리에 서보면, 생각보다 바람이 거세고, 주변엔 조용한 어촌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카메라 속 로맨틱함과는 조금 다른 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 간극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더군요. 이곳엔 드라마 방영 이후 팬들이 남긴 메모, 포토존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추억 여행에 빠질 수 있어요.
<사랑의 불시착> – 전주 한옥마을 & 스위스 로케이션
이 드라마는 국내외 수많은 장소를 오가며 촬영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전주 한옥마을은 평범한 데이트 장면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윤세리와 리정혁이 조용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그 골목길, 은은한 한옥의 풍경과 어우러진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해요.
또한 드라마 초반과 후반을 장식한 스위스 로케이션도 빠질 수 없죠. 스위스 인터라켄의 휘르스트 전망대와 이젤트발트 호숫가, 시글리스빌의 판타렐레 다리 등은 드라마 종영 후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위스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이곳은 국내는 아니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여행지”로 자리 잡은 만큼, 간접적으로라도 그 풍경을 꿈꾸는 재미가 쏠쏠하죠.
영화 명장면의 배경 따라 걷기 – <리틀 포레스트>, <건축학개론>
영화는 때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됩니다. 특히 자연 속 풍경이 주 무대인 작품들은 그 촬영지가 가진 감성까지 함께 전해주죠. 잔잔하고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두 편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건축학개론>의 촬영지를 직접 걸어보았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 경북 의성
혜원(김태리 분)이 도심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리틀 포레스트>. 그 배경은 바로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입니다. 영화 속 작은 주방, 텃밭, 산책길까지 대부분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영화 팬들에게는 ‘현실 속 힐링 장소’로 통하죠.
특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의성의 풍경은,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혜원이 밥을 짓고, 텃밭을 갈고, 마당에 앉아 사과를 깎던 그 장면들은 이곳에서 현실이 됩니다. 사전 예약제로 개방되는 촬영지는 ‘리틀 포레스트 체험 마을’로 운영되며, 직접 요리 체험도 가능하답니다.
<건축학개론> – 제주 서귀포
“우리 첫사랑은 잘 지내고 있을까.” <건축학개론>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한 조각씩 남아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주었던 영화였죠. 특히 그 감정선을 극대화시킨 건 바로 제주 서귀포의 해안 풍경이었습니다.
이서(한가인 분)가 오랜만에 제주를 찾고, 승민(엄태웅 분)이 함께 다시 지은 그 집. 그 배경이 되었던 섭지코지 인근의 주택지는 팬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장소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영화 촬영을 위해 지어진 집은 철거되었지만, 그 자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릅니다. 특히 봄철의 유채꽃밭과 푸른 바다는 영화 속 감정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줘요.
촬영지 여행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
단순한 여행도 좋지만,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그 장소엔 이미 ‘감정’이 입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봤던 장면, 느꼈던 감정, 눈물이 고였던 순간이 그 장소와 함께 기억에 남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감정선을 경험하게 되죠.
또한 촬영지엔 종종 작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의 주문진 방파제는 본래 조용한 어촌마을이었지만, 드라마 방영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 상권도 함께 살아났다고 해요. <사랑의 불시착>의 스위스 장면들은 드라마 스태프들이 직접 수차례 현장을 답사하며 구성한 장면이었고, 실제로 촬영 중 날씨 때문에 두 번이나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촬영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재현하기’입니다. 같은 구도,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거나, 주인공이 걷던 길을 똑같이 따라 걸어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죠.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길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그 장면’이 떠오르는 길이 되는 겁니다.